오늘경기를 이김으로 해서 허정무 감독은 드디어 자신의 무패기록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이 부분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
드디어 비아시아권의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자신의 기록에 커다란 금자탑을 세웠다...는 것은 일단 넘어가자.
일단 한국은 본선에 진출했고 이제부터는 본선대비에 걸맞는 상대와 여러 차례 평가전을 가지면서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단점을 어떻게 막느냐는...준비에 들어섰다. 그 첫상대로 파라과이는 네임벨류에선 결코 떨어지지는 않았다. 루케 산타크루즈가 내한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박문성해설위원의 논평대로 '산타크루즈가 출전한 월드컵 예선은 몇경기 안된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의 비중은 낮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축 멤버는 그대로 왔다' 라는 말 그대로 파라과이로선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이것은 박문성 해설위원의 말 대로 '파라과이도 급한 상황' 이기 때문에 더욱더 점검하고자 하는 점은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자면 양팀 다 공통점으로 작용한 것은
'헛심만 많이 쓴 경기'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파라과이는 자신들이 조합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진을 가동하였지만 역시 장거리 이동에서의 시차 문제 등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는 '조금만 더 정확한 판단을 했으면' 골을 기록했을 기회를 여럿 날려먹었다. 요즘들어 왜 불안한가 했더니만 조급한 느낌이 많다. 파라과이가 요즘들어 공격적이었다고는 해도 탄탄한 수비는 여전한 편인데 공격에서 약간만 옆을 더 본다면 더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공격진인건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의 테스트 상대로서는 약간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도 꽤 컴비네이션이 좋은 수비로 대항은 했고 꽤 성공적으로 막아낸 점은 파라과이 공격수들의 조급증도 한몫했다. 때문에 이 한경기만으로 '수비가 나아졌다'는 평을 하긴 분명 무리다.
그런점으로 봤을 때 한국의 공격도 괜찮았느냐? 라는 점을 보자면 글쎄올시다? 라는 말 밖에 할수가 없다.
이건 1998월드컵. 아니 그 이전부터도 지적된 문제이긴 한데. 1998 월드컵 한국vs벨기에 전을 본 프랑스의 불세출의 스타 미셸 플라티니는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한국 선수들은 필요할 때 트래핑을 못한다."
오늘 경기에서도 보자 사실 파라과이 수비수들이 약간 밀집대형을 이루었을 때 수많은 중거리 슈팅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는 '한번 더 놓는' 순간 파라과이의 수비들이 거리를 좁히고 달려오는 바람에 부정확한 슈팅으로 이어지거나 공을 뺏겼다. 분명 논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면임에도 한번 더 잡아서 어떻게 하려다가 기회를 다 날려먹었다.
파라과이가 아무리 수비가 뛰어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데...박문성 해설위원의 말마따나 '본선에서 남미팀과 만날수도 있고 그 팀중 하나가 파라과이일수도 있다' 라는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말 그대로였던 거다.
파라과이는 이번 경기를 통해 분명 얻어간 것이 있었다. 공격수들의 약점을 그대로 파악되었으며 측면수비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당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보강을 우선과제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경우 전반 멤버보다는 후반 멤버가 정예에 가까왔다. 분명 본선에서의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과연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팀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지만 미드필드나 수비는 인원이 충분하다. 문제는 공격진이다.
오늘 공격일선에 나선 이동국의 경우 많이 지적되어 왔던 것처럼 '투 스트라이커 체제에서의 움직임이 부족하다' 라는 점이다. 사실 이동국이 포항 데뷔 시절에 투 스트라이커를 잠시 선 적이 있다. 어찌 보면 그때를 난 이동국의 선수생활의 최 전성기로 보는데...포항에서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때의 짝인 '황선홍' 이라는 거목 때문이기도 하다.
이때 황선홍의 주 포지션은 거의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의 움직임을 보이는 엄청 폭 넓은 움직임을 가져왔다. 대신 이동국이 원스트라이커로 활동하다 시피 한...'말이 투 스트라이커지 실제로는 원스트라이커+기동성 있는 처진 스트라이커'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 뒤에도 이러한 공식은 계속 되었고 1999년 청소년 대표때에는 김은중-설기현이 전형적인 윙어와 스트라이커까지 치고들어오는 전통적인 W포메이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나올 정도였다.(이때 고 정용훈의 움직임은 W포메이션의 '인너'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인 포멧이었고 이 선택을 한 코칭스탭의 판단은 아시아지역예선에서는 정확했다. 어떻게 보자면 이 포진은 매직 마자르가 사용한 변형 포진과 거의 유사했다.)
허정무 감독은 히딩크 직전까지 이동국이라는 스트라이커를 오랫동안 지켜본 감독이고 자기 팀에 데리고 있던 감독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동안 이동국을 쓰지 않았던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찌기 허정무 감독은 최근과는 달리 '왜 부진한 이동국을 쓰는가' 라는 언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렸었다.(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때이므로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전이었다. 팬들의 집중포화는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없다시피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
그러자 허정무 감독의 답변은 이랬다.
"그래도 결정적일 때 가장 시원하게 슈팅하는 선수는 이동국이다"
나도 이 말에는 동의한다 대표팀 역대 스트라이커 중 슈팅을 가장 자신있게 그리고 강력하게(좀 뜻이 모호해지겠지만, 슈팅 기회가 왔을 때 위험지역 내에서 가장 자신있게, 기술적으로 슈팅을 가장 잘 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이동국을 꼽을 수 밖에 없다) 슈팅하는 선수는 이동국 외에는 없다. 이 부분은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2002년 즈음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후배들이 치고 들어온 상황이 아주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동국-김은중-안정환으로 대표되는 '젊은 피'는 역대 스트라이커들과는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술적'이라는 것이었다. 이전의 어찌 보자면 '무식하기 그지없는' 선배들과는 달리 조금 더 기술적이고 그리해서 세련되어 보이는 이들 셋의 1990년대 말의 등장은 오빠부대만 몰고 온 것이 아니었다.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업그레이드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이들이 처음 선보인 그 현란한 기술들은 당시 수비를 고민시키고 고생시켰지만...그런 것들은 이미 '일반화' 되어버렸다.
새로운 전략과 전술, 기술들이 등장했다 치자. 그게 다 분석당하고 대응책이 마련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면 다 끝난다. 나머지는 선수들이 그것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점은 축구에서도 거의 정석으로 통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근데 왜 그게 실전에서 안보이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이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다. 코치진들이 분석을 완벽하게 하면 뭐하나 선수들이 그걸 실행할수 있느냐 못하느냐가 문제인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감독이 제갈공명이면 뭐하나...선수들이 맹구인데...-ㅅ-
이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1990년대 말의 삼총사에 비해 달라진 것은 바로 '한국 스타일의 본바탕 축구가 깔리는데 걸린 시간' 이라는 것의 차이였다.
1990년대는 어찌 보자면 한국축구에 있어서는 '실험의 시대' 이자 '투자의 시대' 이기도 하다.
열성적인 서포터의 입장에서는 뭣같은 팀들의 이야기를 꺼내야 하고 그 팀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안짚고 넘어갈수가 없지만. 분명히 그 팀들은 나름대로의 족적을 긍정적인 부분으로 남겼다.
박주영으로 대표되는 '유학파'들은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내 아는 지인의 동생중 한 사람은 제주도쪽의 학교에서 축구선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생을 끌고가기 위해서 당시 3개 단체가 경쟁을 했다(나름대로 발이 빨라서 유망주로 꼽힌 동생이다).
고등학교 두군데와 프로팀 한군데...프로팀은 포항이었다.
그런데 결국 그 동생네 가족이 택한 곳은 제주도의 학교였다. 그 이유인즉, 1년간 브라질 유학이라는 '미끼가 상당히 컸다.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던 이산 이라는 축구선수만 있는것이 아니다. 지금도 보면 세계 곳곳에서 축구유학 하고 있는 한국의 어린 유망주들은 꽤 된다.
그들 외에도 이곳저곳의 축구교실에선 '프로가 되겠다'고 공을 차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 이런 축구교실 중 현역 프로선수가 코치를 하는 곳이 상당히 많고 이들은 '태클이라던가 볼을 다루는 것 자체는 나보다 더 낫다' 고 '현역 프로선수'가 감탄하는 일은 이미 일상이다.
이러한 결실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선수들이다. 이들이 1세대인 것이다.
이전의 축구를 보았을 때 묻어나오던 투박함, 파워풀한 축구가 아닌 뭔가 살살 빠져나가고 그래서 약해진것처럼 보이는...그러한 모습처럼 보여지기에 불안불안하지만 '좀처럼 지지 않는' 뭔가의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요즘들어서의 여러 차례의 경기를 보면 뭔가 이상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전처럼 '화끈함'은 분명 줄어들었지만 뭔가 경기의 흐름을 컨트롤하는...이전의 '화끈함'과는 다른 면으로 다가오고 있는 으스스함이다.
'화끈함'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있어서는 분명 실망스러운 일이겠지만, '좀더 기술적'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부인할수가 없다.
헥헥...아주 길게 전제를 깔고 들어갔지만...이 관점에서 본다면
이동국이라는 스트라이커는 지금 대표팀에서는 '맞지 않는 선수' 였던것이다.
팀이 자신에게 공격루트를 집중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변화무쌍한 공격스타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원스트라이커는 골을 노리는 것이 주임무가 아니라 '최대한 상대를 후벼파고 혼란시키는' 역할이 첫번째가 된다.
(아 여기서 왜 슬램덩크의 변덕규[우오즈미 준]의 대사가 생각나냔 말이다...'난 팀의 주역이 아니어도 좋다. 나 말고도 득점을 할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라는...T_T)
과연 이 역할에 이동국은 적합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원스트라이커 전술에서는 상당히 좋은데...투스트라이커에서는 좀...애매한데요?'
라는 답이 나오게 된다. 포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긴 했는데 이동국의 가장 큰 문제는 드리블 및 패싱력이 아주 수준급이 아니라는 거고 이게 투스트라이커 시스템에서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 점을 제외한다면 그만한 스트라이커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로 이 점이 이동국의 딜레마다.
허정무 감독의 입장에서는 빅 맨은 필요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조편성이 완료되게 되면 최종적으로 결정이 될 것이다. 2006년에도 예선전에선 큰 빅맨 없이 치뤘지만 본선 결정이 되면서 그리도 욕을 먹으면서 이동국->조재진이라는 원스트라이커로 기용했던 것이 그런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에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타입의 공격방식을 '시험해 볼 수도 있는'문제이긴 하지만 그동안 리그에서 나왔던 '골은 많이 넣고 있는 상황'의 이동국이지만 일각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이번 경기에서 여전히 나온것은 사실이다.
이런 것은 선수가 '노력하겠다. 내가 맞춰가야 할 문제다' 라고 할수 있지만 이게 쉽지는 않다는거다. 이건 강팀들의 여러 선수들도 마찬가지인건데...톱 플레이어라도 자주 일어나는 이적 문제중 하나가 '돈'이 아니라 '감독하고 스타일이 안맞아서' 라는 건데...
이런 '스타일'이라는게 쉽게 고쳐진다면 그건 '스타일'이 아니다.
버릇이나 성향이라는 것이 있고 한건데 그런 것에 있어서 어떤 선수가 최상의 기량을 내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는 선수의 경우는 그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때문에 팀 스포츠의 경우는 전체적인 궁합 이라는 면이 중요시되고 이 과정에서 해당 스포츠의 감독들은 '팀원들을 다 모았을 때 최선의 조합은 무엇일까?'(물론 거기에 감독의 '스타일'도 들어가지만 말이다)를 놓고 오늘도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거다.
이번 파라과이와의 경기는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남미팀이라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세계 정상급 중 하나이며 그것도 파워풀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 이었다는 것이다. 뭐랄까 수비 하나만은 유럽의 강팀과 거의 비슷한 세팅이었다.
이 세팅에서 기존의 '박주영-이근호'로 대표되는 변화무쌍한 스피드를 중시하는 조합이 통할 것인지 '이동국'으로 대표되는 '장신 수비 숲에서 그래도 포스트플레이를 시도할만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통할 것인지를 시험해 보는 첫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동국이 나선 전반은 감히 '불합격점'이라고 할수 있겠으며 이동국을 빼고 다시 변화무쌍으로 넘어간 후반전은 '차라리 더 나았다'고 예선전 내내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지만 정성훈의 재발탁이 팀의 전력 상승면에서는 더 낫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정도였다.
만약 현재의 대표팀에서 이동국을 부동의 에이스로 쓰게 된다면? 그것은 공격전술의 전체적인 재조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표팀 상황에서 이동국을 써야 할 필연적인 의미가 있느냐? 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로선 '모르겠다' 라는 대답밖에 할수가 없다.
오늘 허정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동국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라고 했단다.
분명 그것은 당연하다 본선에 올라갈 때 장신 스트라이커는 필요하며 지금도 이동국의 발리 슛을 비롯한 스트라이커로서 '자신감 있는 슈팅'은 여전하다. 이러한 무기를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
문제는 오늘 전반전의 모습이 과연 '이동국을 스트라이커로 놨을 때 가장 최적화된 포진인가?' 를 놓고 본다면 '그건 아니다' 라는 부분이고 그 점에서 이동국의 약점은 더더욱 노출되었다는 것은 있다. 이 부분은 이동국 본인의 대형 부상도 그 한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는 이 부상 때문에 월드컵에 가지를 못했다. 그부상 직전까지의 그해 리그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엄청난 움직임이었고 좌-우의 폭이 상당히 넓었다. 뭔가 나아지려는 순간 찾아온 그 부상은 결국 그를 다시 정체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4년 뒤에야 들게 되는건 아쉬움이다.
그때에도 파리야스 감독은 시즌 막판 이동국의 복귀를 놓고 고민한 끝에 결국 복귀시켰다. 그간의 팀 전술을 뿌리채 흔들어 버리는 결단이었음에도 이동국을 전격 복귀시킨 이유는 '이동국이 제대로 작동할때의 파괴력'이라는 버리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그러한 매력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이동국인 것이다.
그 외에 오늘 좋은 움직임을 꼽으라면 단연 이승현이다.
이승현의 자신감있는 측면에서의 움직임은 파라과이 수비를 완벽하게 구멍내버렸다.
이승현의 돌파와 볼 키핑, 그리고 곧바로 상대 선수들을 압박하면서 패스 미스나 가로채기를 바로 해 버린 부분들은 긍정적이다. 경쟁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감독으로선 신날 모습이다.
이승현의 움직임 때문에 중앙 공격수들이 활약할 기회가 나 버렸고 이 때를 놓치지 않은 공격방향을 잡은 것 그래서 잡은 주도권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계속 같은 방법을 고집한게 아니라 다양하게 공격 루트를 바꾸다가 공격방향을 측면으로 돌리면서 선제 결승골을 가져간 그러한 운영. 이러한 운영이 한국대표팀이 그간 10년간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볼수 있는 증거다.
많은 미비한 점 중 '아직도 볼 트래핑이 문제인가'라는 점은 씁쓸하다. 사실 이 부분은 10년전의 플라티니가 말한 비웃음과는 약간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아주 트래핑을 못해서 찬스 자체를 날려버린 반면 지금은 트래핑 하는 순간의 '판단'이 문제인 부분이다. 10년전엔 아예 공을 받지도 못하고 툭 건드린 공이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튀겨져나가 '킬패스'를 날려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늘의 '트래핑'문제는 '일단 받아놓고 봐야 하는' '기본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공을 받는 순간 '내려놓고 다음 동작으로 들어갈지' '그냥 슈팅이나 패스를 바로 해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결단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2%를 결정하고 세계적인 선수(또는 팀)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은 '그냥 이기기만 하는 평가전이 아닌 우리의 단점이 다 드러나는 평가전'을 원한다고 했다. 몇몇 강점, 몇몇 단점은 나왔다. 어느 누구나 똑같겠지만 현재 허정무 감독이 취할수 있는 첫번째는 선수자원의 재점검일 것이다. 아마도 올 한해는 선수자원의 재 점검으로 다 보내지 않을까 싶다. 전술이나 방향? 그건 아직 올해 바랄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점검의 방향에 있어 최소한 오늘의 파라과이급, 아니 그 이상의 팀과의 많은 평가전을 통해 10년동안의 쌓아온 '1990년대 후반의 유산'들이 확실히 꽃피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덧글
바셋 2009/08/13 10:22 # 답글
수비가 많은 연습을 하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건설적인 평가전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선수들의 경기 이해력도 매우 높이 사고요. 항상 경기에 따라 일희일비하긴 하지만 이 한 경기 놓고 볼 땐 은근히 본선 기대됩니다.
홍차도둑 2009/08/13 15:09 #
'무재배'라는 말도 많지만 그렇게 결과를 은근슬쩍 만들어 버리는 경기 운영능력이 참 높아진게 10년전과 비교해보면 너무 다르다는거, 화끈함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경기 운영을 할수 있다는 것이 큰 성장이에요~
겜퍼군 2009/08/13 12:07 # 답글
평가전을 보지는 못했지만.. 홍차도둑님의 글을 보니 아 눈에 그려지는군요. 예리한 글 잘보고 갑니다. ^^;;
홍차도둑 2009/08/13 15:10 #
ㅎㅎ 제 글만 보시면 곤란합니다 ^^ 다른 분들의 글도 좋은 글이 몇 있더군요 ^^ 그런 분들의 글도 같이 읽고 비교해 보셔야 더 정확한 '실체'를 볼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끄적끄적 2009/08/13 14:39 # 삭제 답글
'스타일'이라는게 쉽게 고쳐진다면 그건 '스타일'이 아니다.이 말씀 백배천배 공감합니다. 제가 동빠이기 때문에 국대 승선을 결사 반대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
그나저나 허정무 감독 정말 굉장하네요. 그야말로 독심장부.
전반전 같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놓고 이동국을 테스트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아무리 사자는 제 새끼를 벼랑으로 굴린다지만..... 벼랑이 좀 심하게 높은 듯. -_-;;;;;
홍차도둑 2009/08/13 15:16 #
평가전에서는 어떠한 형태를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사실 오늘 평가전의 촛점은 '파라과이급의 수비를 어떻게 뚫어야 하는가'에 맞춘것 같았습니다.음...어째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이글루에 글 올리신 분중 한분의 글에서 봤습니다만...혹시 그분 아니신가요? ^^
일부러 그렇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의 움직임을 보려 했다면 정말 독한 상황인것 맞습니다.
그나 저나 제가 볼 땐 이동국은 원톱이 잘 맞는 스타일입니다. 투톱으로선 뭔가 부족한데 그걸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는 거죠.
이동국 원톱 놓고 다른 조합에서 최고로 잘 맞는 조합이 나온다면 전체적으로 최고의 조합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게 감독이 해야 할 일이고, 이게 타이틀전이 아닌 만큼 분명히 해볼만한 시도였지요 ^^
벼랑이 높다 해서 뭐라 할 문제는 아닙니다. 본선까지는 앞으로 1년이 안남은 상황이니만큼 남은 시간은 의외로 짧은데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조합의 수는 많기 때문이지요.
사냥꾼이너무많다 2009/08/13 15:21 # 답글
최정상급 기술과 파워와 네임벨류까지 조합된 유럽 빅팀들의 4-2-3-1 전술을 벤치마킹할 것이냐 토탈사커와 활동량 , 기술을 조합한 4-4-2의 틀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가 현 한국 국가대표의 가장 큰 화두임에 분명하네요. 개인적으로는 뭘하든 하나로만 올곧게 나가야지 국제 대회 성적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방향타를 돌려대라고 아우성
일희일비하는 팬과 언론이 오히려 한국축구의 발전을 저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홍차도둑 2009/08/13 16:41 #
솔직히 9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죠...믿고 나가주고 지금 있는 스타일을 다듬기만 해도 벅찬 기간입니다.제가 2001년 12월에 조편성 끝나자마자 방송 출연해서 일성을 날리는 것이 그것이었지요. [감독이 스타일 하나 정착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이 2년이라는데 지금 남은 시간동안에 감독 경질 한다 해서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는가?] 였습니다.
솔직히 이동국이라는 유닛은 파괴력이 있는 유닛이지만 그를 쓰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운영 자체를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너무 큰 모험이 아닌가 싶은거죠...
rezen 2009/08/13 23:45 # 답글
이동국이 좋은 선수지만 대표팀 전술에 맞는 선수는 아닌것같다는 생각을 그저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글을 보니 개안이 되네요. 홍차도둑님 글을 읽을때마다 허감독이 결코 만만하게 볼 지도자가 아니란걸 느낍니다.
홍차도둑 2009/08/14 00:04 #
사실 선수마다 맞는 스타일이라는게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뭐랄까 '체질적'인거라서요 반대로 박주영에게 원톱 하라 하면 투톱때보다는 성적이 안나올겁니다. 그런것과 비슷하지요.어느 분이 '자기에게 맞는 옷'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참 좋은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옷'이라는 스타일은 정말 잘 맞으면 간지폭풍이지만 안맞으면 후줄그레해 지죠 ^^
허정무 감독이 얕볼 감독은 절대 아닙니다. 상당히 머리 좋은 감독이지요. ^^
경기를 보면서 정리 해 보니 점점 무서운게 선수들이 '경기를 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인 '스토리를 써 나갈 단계' 까지 가면 니폼니쉬 감독이 저에게 말씀해 주신 '강팀에겐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완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