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 축구 한국팀 와일드카드에 대한 단상.

올림픽축구에 나갈 멤버가 확정되었다. 뭐 어떤 분들은 만족하실것이고 어떤 분들은 불만족이실 것이다. 이러한 논점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난 이번 와일드카드에서 신선한 시도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1996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큰형님'을 뽑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와일드카드 제도기 시행된 이후부터 딜레마로 남았던 부분으로 어떤 팀들은 와일드카드를 쓰지도 않았고, 쓴 유럽의 팀들도 보면 노장급들을 쓴다던가(물론 네임벨류는 떨어지는 선수가 많았다. 물론 2000년 칠레에선 이반 사모라노를 출전시키는 등 가끔가다 '대어'도 나오긴 했지만 당시 사모라노의 나이를 생각하면...아 그런데 이번 네덜란드가 독하게 맘 먹었는지 로이 마카이를 집어넣었다. 네덜란드가 멤버를 보니 이거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한번 따보려고 벼르는 듯 하기도 하다.) 하여 비중을 높게 두지는 않았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와일드카드라 함은 거의 국대급의 주전선수들을 합류시켜 '전력상승'을 노렸던 적이 많다. 1996때의 황선홍, 2000의 홍명보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만, 그리 큰 혜택을 입어보지는 못했다.
그것에서의 가장 큰 이유는 와일드카드가 적용된 최초의 올림픽인 1996 아틀란타 올림픽 일본 감독의 말을 그대로 옮길 수 있을 듯 하다.

"예선전을 함께 치룬 선수들을 그대로 데리고 가는것이 팀웍 면에선 더 낫다. 물론 와일드카드로 현재 최고의 선수들을 합류시키는 이점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단점이 많다면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래서 오매불망 올림픽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미우라 카즈요시도 올림픽 무대 밟아보지 못했고 일본은 가와구찌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브라질도 잡는 등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던 바 있다.


한국의 경우는 '그래도 선수들에게 있어서 큰형님 한명 있어야지?' 하는 주장급의 선수 필요 및 '그래도 어린 선수들보단 나으니까 분명 전력상승이 되겠지' 라는 '전력상승론'으로 와일드카드를 국대급으로 뽑았지만 그리 큰 재미를 본적이 없다. 그 이유는 역시 해당 선수가 들어옴으로 해서 생기는 플레이스타일의 변화(이게 단체구기의 묘미다. 선수 한명 바뀜에 따라 변화되는 '경우의 수'는 천만변화를 일으킨다. 괜히 드라마같은 원맨팀이 나오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를 본선 앞둔 직전에 낑낑대며 해 댔는데 정작 본선에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하고(그나마 황선홍은 1996년때 페널티킥 유도라도 해서 1승 견인차라도 했다지만...) 써보지도 못한 채(2000년 홍명보는 본선 앞두고 부상으로 탈락) 팀의 중심이 바뀌어(홍명보 대신에 강철을 긴급투입하였으나 이 변화는 결국 수비진의 균열을 가져왔다) 자멸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2004년의 경우는 '현존 최고의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꼭 필요한 곳에만 뽑는 방법을 사용해 전력상승에 도움이 되긴 하였지만 그리 큰 중량감을 느끼진 못하였다.

그리고 이번의 와일드카드 발탁은 어떤 면에선 긍정적이다.
3장을 다 쓰지 않았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뽑힌 선수들은 현재 올림픽 대표 선수들과의 나이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실험이기도 하다.

나이많은 선수들의 장점이라면 특히 그동안 대한민국 올림픽팀이 뽑았던 선수들이라면 그야말로 '큰형님' 내지는 '레전드급'의 선수들이다. 완전히 '우러러 모셔야 하는' 선수들인지라 이 왕고참들이 선수들을 이끌면서 팀웍을 집중시킬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도 이 부분이 작지는 않다만...그러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면 팀 전술을 체크하고 지시한다 하더라도 실제 경기에서는 '왕고참'들이 경기를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실제로도 발생한다.
즉 감독의 레임덕 현상을 쉽게 유발한다는 점이다.(실은 일본이 1996 올림픽팀에서 와일드카드를 안쓴 이유는 이점이 크다)

또한 '우러러보는'선수들이다보니 팀 웍이 잘 이끌어 갈것 같지만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다. 단체생활에서 이른바 '같은 동질감'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 외따로된 선수가 생기면 그 선수에게 주장이나 그런 것을 맡기기엔 심적 부담감이 발생한다. 즉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는 자기도 모르게 왕따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나쁜 의미에서의 왕따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생기는 이른바 '세대간의 단절' 그런것 말이다. 그렇다고 코치에게 이것을 토로하겠나. 바로 팀 메이트들 중에서 이걸 이야기 할만한 동급의 선수가 있기를 하나...이럴 경우는 와일드 카드로 선발되었어도 계륵 정도가 아니라 팀의 균형을 깨뜨리는 역할이 될 수 밖에 없다. 서구와는 달리 위계질서가 있는 동양적 사고로는 더욱 그렇단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성화 감독의 그러한 선택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간 사용된 와일드카드의 선택에서는 언제나 '그래도 나이있는 국대 주전급'들을 뽑았던 것과는 다르게 5살 이내의 나이차이를 뽑은 것은 박성화감독이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팀의 선수들을 자주 왔다갔다 했던 것이 노하우가 가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이러한 -19와 -23 사이의 선수교류는 잦은 편이고 이정도의 나이차이에서는 '세대차이'도 덜한 편이라서 팀 웍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동진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의 역대 왼쪽 윙백중 최고의 선수(이미 5년전부터 이영표를 앞질렀다고 생각한다)이며 김정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 선수다. 박성화 감독은 이로서 '선수비 뒤 역습'이라는 방향을 더 확실히 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남은것은 보름 남짓. 상대하는 나라도 이제 한국에 와서 평가전을 가지고, 홍콩에서도 본선 진출국 4개팀이 미니 대회를 벌이는 등 속속 상대팀의 전력들이 드러날 때다.


박성화 감독의 모험적인 선수 선발엔 일단 지지를 보낸다.
어찌되었건 많은 선수를 지켜봐 왔으며 그 자료와 경험,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토대로 머리를 박터지게 굴려서 고르고 골랐을 것이다.

감독의 자리는 잔혹한 면이 있다.
니폼니쉬 감독과의 이야기 중 이러한 면에 대해 그는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가르치는 선수중 안이쁜 선수가 누가 있겠는가. 경기날엔 전부 데리고 나가서 전부 뛰게 하고 싶다. 그렇지 못한것이 축구다. 축구는 11명만이 경기장에 설 수 있고, 교체선수로는 해당 경기가 허용하는 만큼만 경기장에 갈 수 있다. 그러한 10여명의 선수를 골라내는 것은 감독으로선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축구이고 그것이 감독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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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도둑 | 2008/07/22 14:14 | 축구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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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겜퍼군의별걸다연구소 : 베이징.. at 2008/07/22 14:36

... 링크</a> (클릭) 합니다.3. 박성화 감독의 제2의 청소년 대표팀..관련기사(클릭)이번 올림픽대표 최종명단에는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참가 선수들 중 공격수 박주영(서울)을 비롯해 신영록(수원)과 이근호(대구), 중앙수비수 김진규(서울), 미드필더 백지훈(수원) 과 오장은(울산), 김승용(광주), 골키퍼 정성룡(성남) 등 8명이 포함됐다. (기사내용)박성화 감독이 과거 청소년대표팀 시절 함께 했던 선수가.. 8 ... more

Commented by 겜퍼군 at 2008/07/22 14:33
짧고 굶고 명쾌한 글이네요. ㅎㅎ 역시.. 눈에 속속 들어옵니다. 물론 머리도 정리가 잘됩니다^^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8/07/23 12:29
감사합니다.
팀 구성이라는 면은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정답이라는 것은 결과로만 나올 뿐이니 골머리 썩을 뿐이지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7/22 21:39
박성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 일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8/07/23 12:29
분명 새로운 시도이지요...그동안의 '큰형님 필요론'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북경송서방 at 2008/08/13 23:32
결국 이번결과로 님의 견해는 틀렸다고 생각하는게 어떨런지요...
아무것도 못한채 끝나버렸지요..비록 결과로만 본다면 1승1무1패...비교적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지만
이탈리아전이나 카메룬전에서 보여준 실력은 형편없었습니다..
김남일이나 조원희같은 파이터기질의 미드필드만 있었어도 그렇게 돼지 않았을겁니다..
결국 수비형 미드필드인 김정우 이청용등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수비부담으로
2경기에 4골을 내어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좋은 시도였으나 과정은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기상조..혹은 무모한 시도로 낙인찍히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찌됐든 모든건 덮어집니다.
무엇보다 앞서 전술전략은 무시한채 선수개인기 탓을하는 감독이나 축구협이 안타깝네요..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8/08/13 23:45
겜퍼군님의 글에 답글로도 달았지만 '정답이라는 것은 결과로만 나올 뿐' 인 것이지요.
님의 말에 동의하는 부분은 이탈리아, 카메룬전 뿐 아니라 오늘 끝난 온두라스전의 경기도 보여준 경기력은 좋은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김남일 조원희가 있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라는 점에는 전적인 동의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결과는 다르게 나왔겠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모릅니다. 님께서든 그 두선수의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보셨습니다. 물론 그 긍정적인 면이 좋게 나온다면 님의 생각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며 부정적인 부분이 발현된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와일드카드의 선택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본 것이고 그게 그동안 없었던 면이니 높게 본 것이죠.

말씀하신대로 결과는 결국 이렇게 나왔습니다. 무모한 시도일수도 있었겠지요. 모든것은 결과만이 대변하는 것은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줄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전술전략이라는 것은 선수의 개인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할수가 없거든요. 문제는 선수개인기 탓만을 할수는 없는 건 있겠지만 전술전략이라는 것은 선수의 개인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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