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04일
통신어에 대해...옛날에 썼던 글
통신체는 왜 까여야 했을까? - 넷의 계급화에 대해
참고로 올리는 이 글은 제가 2004년 5월26일 니콘클럽에 썼던 글입니다.
일절 수정없이 올립니다.
참고로 원문 주소도 올립니다.
http://www.nikonclub.co.kr/nikonbbs/zboard.php?id=member_freeboard&page=2&sn1=&divpage=8&sn=on&ss=off&sc=off&keyword=티라노&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2855
------------------------------------------------------------------------------
'통신어'라는 것이 올라왔기에 한번 짧은 지식으로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통신어'라는 것이 나온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통신'이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특히 전신기라는 것이 시작된 때 부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때는 글자 하나당 '요금'이 붙은 때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메시지를 줄일 필요가 있었고, 전신 기사들도 짧은 시간에 많은 단어를 보내기 위하여 단어들을 줄이거나 서로간에 규약을 맺어서 숫자 몇개만으로 문장 또는 단어를 보내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텔렉스 등을 쓰는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합니다.
이때 자주 쓰는 방법은
첫번째로 '모음을 빼버린다'
두번째는 '발음만으로 보낸다'는 방법입니다.(예를 들어 This는 Tis만 보냅니다)
세번째 방법인 문장을 약어로 표현한 방법은 정식으로는 Codeword라고 합니다. 뻔한 경조사의 문장은 아예 '결혼식1(원문 : 두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등으로 뭉뚱그려버리는 방법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언어의 압축성'은 이미 조나단 스위프트의 명작 '걸리버 여행기'에서 등장했습니다.
3부인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 라퓨타왕국의 학자들이 하는 '황당한 연구'중에 걸리버가 마음에 드는 연구 두가지가 나옵니다. 그중 하나가 '말수를 줄이고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게 지금의 통신체에서 나오는 '말줄이기'와 똑같습니다.
2. 그러면 현재 인터넷에서 말하는 '통신어'는 언제쯤 왜 나왔을까요?
인터넷의 시작부터입니다. 인터넷 이전의 '통신 BBS'에서는 채팅룸이 있었습니다. 그 채팅룸에서의 채팅을 위해 여러 약어들이 동원되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데 지금과같은 전용선망 이전에는 전화선을 사용하여 PC통신 및 인터넷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때는 '시간이 돈'이던 때입니다.
지금과는 달리 통신을 '쓰는 만큼'통신요금을 따로 내야 하던 때니까요, 옛날 해커이야기를 잘 정리한 스티븐 레비의 '해커'라는 책에도 이러한 '전화비'이야기 나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젠장 나 이번에 전화비 10만원나왔어'하는 무용담 가지신 올드유저분들도 계실것 같습니다.)
때문에 장문의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미리 에디터(메모장)에서 글을 정리한 뒤 Zmodem등의 전송프로토콜로 글을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뎀통신자 분들이면 모뎀 초기화 명령을 놓고 끙끙대던 시절...아아...T_T)
때문에 채팅을 할 때에도 말을 줄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기에 여러 동호회에 가면 각각의 전문용어, 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약어들로 대체하게 됩니다.
지금 카메라 부문에서 '화이트벨런스'를 '화벨'등으로 줄여 부르는 것도 이때의 유산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DC에서의 '햏언체'라 할만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DC에서 대유행시킨 '아햏햏'도 보면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아행행'이 오타로 인해 '아햏햏'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빨리 온라인에서 두들기다보니 생긴 오타가 재미있고 '그것도 말 되네?'식이 되어 정착한 예인 것이지요.
지금은 쓰는 분들이 적지만 채팅방이나 가입인사 등으로 '안냐세요'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였던 때가 있습니다. 이건 '안녕하세요'가 오타가 되거나 아니면 줄이기 위해 시작된 말이 그대로 정착된 경우입니다.
이 외에도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거나 온라인 상에서의 '애교'를 부리기 위해 시작된 말들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통신체'의 대표적이라는 '-여', '-염'등은 원래 '애교'를 부리기 위해서 시작된 말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확한 언문일치체'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90년대부터 중-고등학생들은 '...인데요'대신에 '...인데여'등으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걸 채팅언어로 끌고 와서 대화의 현실성과 애교 등을 표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많이 사용된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서로가 잘 아는 사이'에서 쓰는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공개된 게시판에서 다수의 분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하는 어투입니다.
지금 니콘동에서 글을 쓸 때 제공되는 '이모티콘'도 통신어입니다. 온라인상에서 글의 애교나 뉘앙스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감정표현이지만 실제 '말로는 할 수 없는 통신에서만 가능한'것이기 때문입니다.
3. DC의 언어파괴
DCinside의 유저들이 만들어 내거나 '유통'시킨 여러 유행어들은 언어파괴의 수준까지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햏햏'부터 시작해서 '코스타리카의 압박' 등 DC의 갤러리에서 파생된 말들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코드가 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그쪽의 '햏자'라는 사람들이 옛 고어체를 바탕으로 하는 말투를 이른바 '햏언체'라고 하는데 일부러 고어를 고집하고 무협지같은 대사를 읇어댐으로서(본좌 등의 용어 사용)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동호인들만의 문화'를 무조건 비난할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각 동아리들별로 자신들의 '문화코드'는 가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동호인들끼리만 사용되는 은어(물론 해당 동호인 외의 사람들에게는 은어이지만, 동호회 안에서는 은어가 아닙니다)'들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인터넷의 대형 사이트들의 컨텐츠들이 우리 일상사에 너무 쉽게 녹아드는 환경이 되었기에 이러한 '은어들의 일상어화'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며 기존 언론사들이 이것을 캐치하여 퍼트렸다는 것도 더해져 아주 일상화가 되어버렸다는 면도 있습니다.
4. DC의 햏언체는 긍정적인가?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어학자분들께서 적으신 바 있습니다.
DC의 햏언체는 보통 '유행어'의 수준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유행어들 중 몇십년이 지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은 분명 '일상언어'로 정착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사어가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코메디언들이 유행시킨 말들 중 지금 살아남은 말들은...글쎄요...많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말의 리듬이 중요시되던 때였고 그때의 유행어들은 일상어들의 리듬을 참 재미있게 바꾸던 때인지라(심형래님의 '잘 모르겠는데요'라던가 김병조님의 '나가놀아라' 등은 글로서 그 느낌의 전달이 안되죠)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가 뭐한 상황이네요...
하지만 그때의 코메디언분들이 유행시킨 말들보다 지금의 DC에서 만들어낸 햏언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법파괴'의 현상이 더 심하다는 것 때문입니다.
최수일형님이 말씀하신 '대략'이라는 단어는 일상사에서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사실 DC의 경우도 그게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 어법에 맞는 경우와 아닌 경우가 혼재되어버려서 혼란이 일어난 상황이지요.
'~즐'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통신으로 시작된 통신어'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제대로 정착된다면 통신어는 통신어가 아니게 됩니다.
PC통신(인터넷)을 통해 원래는 어법에서 틀린 말이지만 일상화로 정착된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XX님' 입니다.
저에게 다른분들께서 '티라노님', '양원석님' 이러신다면 바로 어법파괴입니다. 원칙적으로는요.
우리말에서 '님'은 그 사람을 지칭하는 호칭 뒤에만 붙는 말입니다. 원칙적으로는요.(아버님, 원장님 등)
그러나 'XX님'은 PC통신을 통해 '정착된' 대표적인 예입니다.
PC통신 초창기 시절에는 잘 모르는 분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XX씨'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XX님'으로 사용한 것이 10여년의 세월이 자니면서도 완전히 일반적인 예로 정착된 것이죠.
이때 정착된 말로서 대표적인 것들이 '동아리', '먹거리'등의 말입니다.
('동아리', '먹거리'는 통신어는 아닙니다. 당시 1980년대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나온 '우리말 사용'운동의 일환으로 나온 말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이땐 일부 컴퓨터 책자에서는 컴퓨터를 '슬기틀(셈틀)', 마우스를 '다람쥐', 프로그램을 '풀그림'으로 부르던 때도 있었습니다.(특히 경북대의 '하늘소'분들이 그말을 많이 사용하셨지요.) '슬기틀'과 '다람쥐', '풀그림'은 많이 쓰이지 않아 기억으로만 남는 '사어'가 되어버렸지만, '동아리'나 XX님'은 살아남아서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XX님'은 기존의 문법을 바꾸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지금 문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분명 제가 중-고등학생때 배운 어법으로는 'XX님'은 어법에 어긋납니다. 보통 10여년인가? 몇년에 한번씩 국어학자분들께서 이것을 정리하여 문법등을 개정판을 내 놓으시기에 지금은 '맞는 어법'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DC에서 사용되는 '햏언체'들의 일부는 분명 어법에서 맞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어순을 교묘히 배치한다던가 중간이나 끝에 고어체를 배치함으로서 '혼동'을 주고 문장을 '비꼬아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 파급의 효과가 너무 큰데다가 이전 PC통신시절의 '긍정적인 찾기'와는 다른 '비꼬기'로의 문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신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적 코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긍정적인 면 보다는 비꼬면서 왜곡시키는 문화 아니냐'는 의견이니까요.
분명한 것은 '통신어'는 애초에 '긍정적'인 면으로 출발하였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통신어'를 모두 뭉뚱그려서 평가하기는 곤란합니다. 하지만 저도 DC에서의 너무 심한 '비꼬기'는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by | 2008/05/04 18:20 | 주인장 일기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문화코드고 뭐고 다 좋은데 원래 뭐였는지도 모르면서
다양한 문화코드라면서 옹호하는건 이해를 못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