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02 A팀에 합류하다
윤정환은 국가대표 A팀 경험이 많지 않은 편에 속한다. 1996년 올림픽에서 그는 마에스트로였고 그의 활약에 따라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성적은 좌우되었다. 그리고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숙원의 올림픽 통산 2승째가 그의 발끝에서 나온다.
1996년 올림픽 가나와의 경기에서 그는 중원의 지휘자로 나서 한국팀의 공격을 주도한 끝에 황선홍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당당히 한국축구의 올림픽에서의 2승째를 신고하는 주역이 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그는 발탁되지 않았다. 차범근 감독은 수비를 먼저 탄탄히 하는 전술을 중시했기에 플레이메이커도 전통적인 수비 우선의 멤버를 중심으로 짰다. 심지어는 공격지휘자 없이 공격을 이끄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 상황에서 윤정환의 입지는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차범근 감독이 여러 선수들을 불러서 테스트를 할 때 윤정환도 포함되었지만 본선에 나가지는 못했다. 차범근 감독하고는 여러모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정환은 1998월드컵이 끝난 뒤 1998 아시안 게임에 대표로 선발된다. '플레이메이커를 중시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말대로 합류한 윤정환은 아시안게임에서 골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지만 결국 결승에 오르지 못한다. 한국은 태국과의 경기에서 연장전에서 태국의 기습적인 중거리포를 허용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때의 감상을 물어보니 윤정환의 답은 "거기서 슛을 때릴줄은 몰랐지. 완전히 당한거였어"라고 회상했다)
그 뒤로 무려 4년간 윤정환은 대표팀과 인연이 많이 없었다. 몇차례의 경기에 뽑히기도 했고, 경기를 뛰면서 활약하긴 했지만. 히딩크가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이후 대표팀은 '히딩크의 황태자' 고종수가 중원의 지휘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때가 고종수의 최전성기이기도 했던 때다.
고종수와 윤정환 누가 더 낫냐? 라는 명제에 대해 답을 내리긴 힘들다. 양쪽 다 강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데 서로간에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윤정환과 고종수는 언론에서 흔히 '멋진 패스메이커'로 불리지만 글쎄? 내가 볼 땐 고종수를 패스메이커로 꼽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의 패스는 훌륭하긴 하지만 윤정환과는 약간 다르다. 고종수는 기본적으로 슈팅메이커이며 패스가 부차적인 반면 윤정환은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한다면 농구에서 마이클 조던과 어빙 '매직' 존슨과의 비교라고나 할까?
마이클 조던은 기본적으로 슈팅 가드고 득점기계였지만 패스도 나름 뛰어난 면이 있던 선수다. 매직 존슨은 뛰어난 포인트 가드고 어시스터라지만 때론 팀의 주득점원이기도 했다.(그의 등번호 32는 그가 한 경기에서 기록한 최다 어시스트 기록이다. NCAA에서 한 경기에서 32개의 어시스트를 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들은 분명 슈팅 가드로서 득점만 해댄것도 아니고 포인트 가드로서 킬패스만 열심히 한 선수들 아니다. 자기의 '부차적'인 임무에서도 뛰어난 공간인지능력, 경기를 보는 시야. 그리고 그 때 움직이는 결단력이 있던 선수들이다. 윤정환과 고종수도 그와 같다. 다만 본인이 즐겨하는 플레이스타일이 같지는 않고 그 과정에서 고종수를 전통적인 '플레에미커'로 분류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윤정환은 그나마 전통적인 의미의 '플레이메이커'도 소화한 선수였지만 말이다.
(엄밀한 의미로 고종수가 수원에서 '플레이메이커'를 소화한 적은 거의 없다.)
여하튼 히딩크는 초기에 윤정환을 부르지 않는다. 그 흔한 테스트로서도 말이다.
합류한 것은 2002년께쯤 되서야했다. 고종수의 부상으로 월드컵에 뛰지 못했던것이 확정되었던 즈음이었을 거다.
어찌 보면 고종수의 대타였겠지만 히딩크로서는 다른 선택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윤정환은 평가전에서 크게 빛난 것은 2002년 5월 16일이었다.
14. 부산의 5.16 대첩
2002년 5월 16일 나는 부산에 있었다.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당시 스코틀랜드는 월드컵 예선 탈락 뒤 베르티 포크츠 감독을 영입하고 전열을 다시 정비해서 EURO2004에 도전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던 때였다.
스코틀랜드가 어디던가?
비록 월드컵에는 1998년을 끝으로 이후 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잉글랜드의 최 정상시절 잉글랜드를 번번히 꺾으면서 견제세력으로 존재했고 글래스고의 셀틱, 레인저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만찮은 성적을 낸 팀들이다.
월드컵 본선에 못오르더라도 플레이오프, 또는 조 예선에서 강팀들을 긴장에 빠뜨리는 또다른 강팀이 아니던가
이미 잉글랜드를 상대로 박지성의 골로 1:1로 비겼고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차두리의 대표팀 첫 골로 2:0으로 이긴 한국으로선 또다시 제대로 된 팀을 상대로 하는 마지막 급피치를 올리는 평가전이었다.
이날 스타는 안정환이었다.
이천수가 골키퍼를 제끼는 선제골을 넣더니만 안정환의 두골, 거기다 마지막 골은 윤정환의 패스를 받아 완전한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골키퍼 만세 부르게 만드는 칩샷은 한국축구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중 하나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당시 딴지일보의 기사를 다시한번 옮겨보자.
(원문은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109&article_id=1143 내가 좋아하는 기자중 하나였던 펜더 기자의 글이다. 솔직히 초반부는 정말 동감이 간다. 특히 '고삐리들 삥 뜯던 양아치에서 대부의 알 파치노로 변신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부분은 대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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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즈버 태평 연월이니 아아 지난주만 같아라...
그렇다. 지난 주 한국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보믄서 본 우원 졸라 충격 먹었다. 평소 한국축구를 살리는 길은 한국 축구 16강에 똑 떨어져 정신 챙기구 나서 그 말 많고 탈 많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다 짤라 버려야 한단 신념으로 살아온 펜더...
이번 월드컵에서 1승만 건지면 졸라 왕재수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나 보아라!! 우리 오대영 감독 아니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고삐리들 삥 뜯던 양아치에서 대부의 알 파치노로 변신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보았는가?? 맨날 문전에서 서로 슛 안할려고 빙빙 패스 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기회만 닿으면 날려버리는 그 후련한 슛!! 오 저것이 말로만 듣던 2:1 패스와 스루패스였던가?? 아 저것이 독일 애들이 잘하는 그 공간 패스였던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미드필더부터 저렇게 압박축구를 해냈던가?? 저게 말로만 듣던 오렌지 군단의 트레이드 마크. 압.박.축.구 였단 말인가. 압박이라면 군바리 시절 보았던 압박붕대 밖에 보지 못했던 펜더, 테레비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던 것이었다.
오... 신이시여 이게 정녕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었단 말입니까??
이것을 두고 우리는 괄목상대라 하는 것일 것이다. 씨바 불현듯 1년전 엠비씨 <100분 노가리>에 나와 히딩크 나쁜놈이라 성토하던 그 기술위원들 얼굴이 떠올랐다. 씨바 쉐이들...
(주:2001년 12월 1일 조추첨이 끝난뒤 KBS에 출연해서 나도 기술위원들에게 한마디 햇었다. '감독이 팀 만드는데 2년이 걸리는게 보통인데 지금와서 뭔 감독교체냐?' 하고, 그 출연한뒤 바로 서울 올라와서 영풍문고 갔더니만 알아보는 사람들 많아서 그때 한달넘게 취재 빼놓고 도망다녔다...다들 하는 말이 기술위원들 모습 갑갑했는데 속시원히 말해줘서 고맙다면서, '우리나라 16강 갈까요?' 하고 물어들 보시는덴...정말 난감했다.)
글타, 우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실력뿐만 아니라 골 세레머니도 졸라 향상 되었다. 외국 물도 먹고, 외국 감독도 들어와 그런지 촌스럽게 그라운드에 몸을 던져 비비고 싸던 촌티를 싹 벗고, 기도를 하며 겸손하게 자신의 골을 신의 은총이라 표현하는 모습. 자신의 반지에 입맞추며 세련되게 마무리하는 아내사랑의 모습.가볍게 한팔 올려 여유를 부리는 자세들.
아... 진정 한국 축구는 후까시 잡는 것도 세련되어진 것이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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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날 경기는 2002년 한국이 치룬 경기 중 경기내용만으로 보면 '상대팀을 완벽하게 잡아먹은 경기' 였다. 스코틀랜드는 한국의 빠른 패스를 쫒아다니다 못해 지쳐버렸으며 그 틈을 탄 두 정환(안정환 윤정환)의 골은 스코틀랜드를 아주 격침도 모잘라서 팀 자체를 인수분해시켜버렸다.
안정환의 피날레 골은 스코틀랜드 선수들도 완전히 '감상'의 경지에 빠져버렸더만...^^
그 여파로 포크츠 감독은 별 성적도 못내고 스코틀랜드 감독을 사임한다. 스코틀랜드 언론들은 대놓고 '이건 변명할수도 없는 완패다' 라고 시인했으며 당시 붉은악마를 취재하러 나온 프랑스 풋볼 기자에게도 물어보니 대놓고 "판타스틱!"을 이란다. 이날의 후반전의 주역이라 할수 있는 앙과 융을 연발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내 생애에서 본 한국 대표팀 경기중 정말 '완벽하게 상대를 잡아먹은 경기'를 꼽으라면 이 경기 꼽겠다.
이날 윤정환이 보여준 경기 운영은 하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윤정환의 한계점을 또다시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안정환의 마지막 골을 만든 그 멋진 패스와 교체되자마자 2분만에 골을 기록한 것은 분명 화려한 기록이지만...그 이면엔 다른 윤정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윤정환의 이날 활역의 밑바침은 전반전에 이미 한국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도움이었다.
이미 전반전에 엄청난 압박으로 스코틀랜드는 이미 지쳐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히딩크는 상대를 격침시키기 위한 카드로 뽑은 것이 윤정환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측면에서 자기에게 흘려준 패스를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시켜 3:0을 만드는 장면부터 시작하더니만 중원을 여유있게 뛰어다니면서 수비와 공격을 연결시켜갔다. 윤정환 본인도 상당히 빠른 선수다. 거기다 패스도 잘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천수라는 발빠른 선수도 모잘라 히딩크는 윤정환의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돌격탱크로 차두리를 투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정환은 자신의 패스메이킹과 빠른 이동, 여러 무부먼트를 마음껏 떨쳤다. 그리고 스코틀랜드는 점점 가라앉아갔다. 스코트 도비의 만회골로 3:1이 되었지만 이미 스코틀랜드 선수들은 빠른 선수들을 막아내느라 지친 것도 모잘라 파김치가 되어버린 상황. 이미 수비수들은 한국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못쫒아가게 되었을 때 스코틀랜드를 안락사시키는 안정환의 그 골을 어시스트한다. 윤정환으로선 25분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현장에 있던 붉은악마들은 대놓고 "제길! 저 웬수들이 해 냈어요!"하고 울먹였고 나도 "담달에 여기서 일 터트리겠다. 나 이제 장담한다 우리나라 16강 간다!"라며 좋아 죽으면서 옆의 붉은악마 후배들을 얼싸안았던 때다.
그때는 그 흥에 겨워 몰랐지만 이 경기는 윤정환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던 것이다.
초반은 몰라도 상대의 압박이 조금이라도 약할 때 윤정환의 빛은 커지지만 반대로 프로경기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활약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점은 윤정환에게 있어 양날의 검이 되어 월드컵 본선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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